중세시대 의사들은 정신분열병(조현병)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다. 그곳으로 악령이 빠져나와야 병이 낫는다고 믿어 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뇌의 전두엽을 잘라내는 수술이 보편적으로 이뤄졌다. 뇌에 대한 무지가 만든 비극적 장면이다.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던 조현병은 사고, 감정, 감각, 행동 등 인격 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일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해 증상을 상당 부분 호전시키지만, 환자의 30~50%는 약물치료만으로 치료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
약물칠 부족한 조현병, 전기경련요법 효과
이런 환자에게 시행하는 것이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전기경련 요법이다. 환자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한 후 전기를 흘려 20 초 이상 인위적인 경련을 유발한다. 보통 일주일에 2~3회 시행하는데 마취 상태에서 진행해 통증이 없고 시술 후 근육통, 두통,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마다 최적화된 전기자극 용량과 방법을 적용한다.
주성우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전기경련요법은 이름 자체에서의 부정적 인식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로 꺼리는 경향이 많지만 대부분의 부작용은 하루 이내 호전을 보이며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다. 1차적인 약물치료로 효과가 작을 경우 증상 호전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전기경련요법의 효과도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 주성우 전문의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최소 6회 이상 전기경련 요법 치료를 받은 조현병 환자 380명의 약물치료 중단 횟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치료 횟수 등 1년간의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조현병, '전기경련요법' 약물치료 및 입원 치료 횟수 줄어
그 결과 전기경련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군에서 약물치료 중단 횟수는 절반가량인 약 45% 감소했다. 입원 치료 횟수도 약 31% 줄었다.
나아가 연구팀은 전기경련요법과 약물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도 비교했다. 연구팀은 전기경련 요법 환자군과 나이, 성별, 중 증도 등이 유사한 약물 단독요법 환자군 등 1,140명의 치료 경과를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 중단 횟수가 약 13% 감소해 전기경련 요법 그룹보다 감소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선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임의로 약물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며, "약물치료 중단 횟수의 감소는 증세의 호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경련 요법은 조현병뿐 아니라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교수는 "정확하고 정교한 전기경련 요법을 시행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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